인간의 성품이 타고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모두가 학교에서 배웠을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이 있다.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은 인간이 날때부터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순자의 성악설은 인간의 성품을 본래 악한 것으로 보고, 후천적인 노력이나 가르침으로 선을 쌓아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고자의 성무선악설은 인간의 품성이 선이나 악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수행을 통해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논쟁에서 필연적으로 '선(善)'의 정의를 짚고 넘어가야 할 테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선과 악이란 용어에 사로잡히지 말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착하고, 나쁜 성품 정도로 이해하면 충분하다. 인간은 본래 선한가? 악한가? 중립인가? 보통은 이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사람들이 세 개의 관점에 대해서만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처음 인성론이란 것을 접할 때부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처음에 든 의문은 '꼭 모든 사람이 같아야 하는가?' 였다. 사람이 이토록 다양한데 어떻게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선하거나, 악하거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성선설과 성악설은 모든 사람이 같은 성품을 타고난다는 가정부터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성무선악설이 맞을까? 내 생각은 그것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같은 환경에서 자라고 같은 교육을 받으면서도 서로 선과 악의 대척점에 서게 되는 수많은 형제자매, 친구 등의 사례들을 보고, 듣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모두가 중립에서 시작한다는 관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들이다.
그래서 나는 성선설도, 성악설도, 성무선악설도 아닌 새로운 관점을 지지한다. 사람은 날때부터 정해진 성품을 가지고 있다. 선일수도, 악일수도, 중립일수도 있으며 그 정도도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다. '선-악 스펙트럼' 상의 어딘가에 위치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선-악 스펙트럼'은 내가 쉬운 설명을 위해 만든 것으로, 스펙트럼 상에서 왼쪽에 위치할수록 악하고 오른쪽에 위치할수록 선한 것으로 본다.
물론 타고난 성품이 있다고 해도 주변 환경이나 교육, 개인의 수행을 통해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는 주장에는 여전히 동의한다. 다만 기존의 관점들과는 달리 사람마다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기 쉬운 상태인지가 날때부터 정해지므로 악에 치우친 성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선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관점이 학교에서 주로 배우는 세 가지 관점과는 다르지만 완전히 틀을 깨는 아이디어인 것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 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혹시나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학설들 중에 나의 관점과 같은 것도 있을까 싶어서 조금 찾아보았더니 '성선악혼설', 혹은 '성유선유악설'이라고도 하는 새로운 관점이 눈에 띄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에 선과 악이 모두 존재한다는 관점이고, 따라서 인간이 어떤 본성을 일으켜 취할 것인가를 결정함으로써 그 본성이 자라난다고 본다. 이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관점이다. 인간에 내재되어 있는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에 대해서는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지만 나중에 다른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